[호주워홀이야기 1] 호주퍼스도착

Life|2021. 3. 28.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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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지금, 나는 동남아에 작은 나라에 갇힌듯 살아가고 있다. 

 

상황에 따라 세월에 따라 생각이 자꾸 바뀌는 것 같다.

 

정처 없이 모험하듯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살아가다 더는 늦어지면 취업이 어려워질 것 같다는 두려움에 일을 시작하고, 반복되는 생활을 하다보니 20대 후반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선택이였던 호주워킹홀리데이를 했던 날들이 그리워 진다.

 

 

2017년 29살 이십대 초반에 꿈꿔왔던 호주를 가기로 결정했다.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위해 내가 선택해야 했던 것들이 있었다.

 

 

1. 일 그만두기

대학교를 늦게 졸업하고 개발자(파이썬/장고)로서 일을 시작한지 6개월도 안되서 회사를 그만 뒀다. 29살에 일 그만두고 호주에 간다고 하니 이해가 안된다는 선임도 있었다.

 

"프로그래머로서 일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계산해봤을때 이득이야"

사실 이 말이 귀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 이미 마음 먹었기 때문이고 혹시라도 기회가 되면 해외에서 프로그래머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 호주에 어디를 갈지.

별 생각 없이 선택했었다. 항공 티켓을 보고 가장 싼 곳으로 가겠다는 이상한 결정을 했다. 여기로 가든 저기로 가든 호주로만 가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어디를 갔느냐.... 호주 서쪽에 위치한 퍼스이다. 그당시 나는 퍼스가 어딘지도 몰랐다. 

그런데 가끔은 아무것도 모르고 가는 것도 재밌지 않는가..

 

 

3. 뭘 챙겨갈까.

돈, 변환기, 후드자켓, 반팔, 반바지만 챙겨갔다.

 

 

2017년 9월 말

위와 같은 결정 뒤 인도네시아에 들려서 1주일 정도 생활한 뒤 호주 퍼스에 도착하였다.

퍼스공항사진(?)

 

 

드디어 시작

사실 호주에 오기전에 일주일 정도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주편하게 머물렀다. 고맙게도 현지에서 인도네시아 친구가 아주 친절하게 통역도 해주고 가이드도 해줬기 때문이다. 

 

호주에 도착하고 나서 인터넷이 있어야 어딜가든 하니 공항내에 유심카드를 만들었다.

 

유심카드를 만들때 드디어... 나는 내가 인도네시아가 아닌 호주라는걸 깨달았다.

 

유심카드상점에 가서 유심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나한테 뭐라고 말하는데 무슨말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무슨말인지 모르니 sorry? sorry? sorry? sorry? 만 연발했던 것 같다. 

 

그러니 종업원이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또박 또박 Give me your phone이라고 말했고 '폰을 달라는건가?' 싶어서 핸드폰을 줬다.

 

어떻게 핸드폰 달라는것도 모르고 호주를 갈 생각을 했냐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진짜 억울 했다.

내가 생각했던 give me your phone은 "깁미유얼폰"인데....

 

호주에서 "긴미여Fun" 이라고 말할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퍼스 시티로 가는 버스를 타는 내내 '김미여펀'이 계속 머리속에 멤돌았고 내가 왜 이걸 못 알아 들었을까 씁씁한 생각이 들었다.  

 

인도에서 1년 생활과, 필리핀에서 어학연수 한달 했기 때문에 나름 영어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는데. 김미여펀에서 멘붕이 온 것이다.

 

 

버스는 퍼스시티(Perth CBD)에 도착했다.

퍼스 시티

 

퍼스 시티(CBD)에 도착. 나무를 보니 하....

 

퍼스에 도착하니 내가 잘못 생각했던게 있었다. 

 

'추...추었다...'

 

위에 사진을 보면 추워 보이지 않는가.

비행기에서 입고있던 긴 후드자켓, 그리고 당연히 호주는 더울거라 생각하고 입고 왔던 반바지

 

우리는 보통 호주하면 모래와 바다, 따사로운 햇빛, 코알라, 사막, 캥거루를 떠올리지 않는가. 

나의 뇌속에서의 호주의 이러한 호주의 이미지들은 호주가 추울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다.   

 

이러한 추위는 호주에 대한 이미지에 에러를 발생 시켰고

반바지 차림으로 오들오들 떨며 차가운 퍼스의 빌딩 숲을 걸으며 

"분명 지구온난화 때문에 호주가 추워졌을꺼야(?), 이건 뭔가 문제가 있어"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였다.

 

그렇다.

호주는 겨울도 있고 추울수도 있는 동내였다는 것이였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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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업] 동남아 해외 취업의 장점

Life|2020. 8. 2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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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를 다녀온 뒤 취업을 준비하고 전공과 다른 국가를 선택해서 동남아에 오게 된지 벌써 2년이 되었다. 2년이란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고 하면 짧을 수도 있는 시간 같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국가에서 일한다는건 예상과 너무 달랐다. 이전에 있었던 국가보다도 열악한 시설들, 위생, 부족한 놀거리, 타지에서 일하지만 한국 최저 시급과 비슷한 월급. 

 

90퍼센트는 후회이며 10퍼센트는 감사함을 느끼게 만든다.

동남아에서 일하면서 감사함을 느끼게 만드는 10퍼센트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1. 대부분 중간 관리자가 된다.

시작부터 관리자의 자리에서 시작한다. 나의 전공은 지금 있는 국가가 아닌 다른 아시아 국가지만 교수님이 항상 말씀 하시던게 "너희는 사회 생활을 시작하자 마자 대부분 중간관리자가 될 것이다."  였다.

선진국이라는 호주에서는 청소하고 설거지를 했지만 동남아에 취업을 하자마자 교수님 말 그대로 중간관리자가 되었다. 

 

중간관리자 자리는 생각보다 편하다. 다른 직원보다 자유로웠다. (다른회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직접하기 보단 아래 직원이 실무적인 일을 한다....... "난 잉여인가? .... 나는 누구고 왜 여기 있지?" 라는 생각으로 거의 1년을 지낸거 같다. 뭘 해야 할지 모르니 그냥 직원들한테 배우고 도와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잉여아닌가?" 생각이 드는 1년간은 자아를 상실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이것은 중간관리자가 해야하는 일을 정확히 알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당연한게 아무도 나에게 중간관리자가 뭘 해야하는지 알려주지 않았고 관련된 책을 본적도 없었다. 그런데 적어도 몸은 힘든 적이 거의 없다.

 

 

2. 회사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알게된다.

중간관리자이기 때문에 모든 관리자들이 모이는 회의에 참여하게 되고 시간이 더 지나니

- 회사의 거의 모든 시스템들이 보이고 회사내에서 문제점들도 보였다. 

- 말도 안듣던 현지 직원들이 말을 듣기 시작했다. (물론 1년 전엔 현지언어 자체가 안됬으니.. 아직도 멀었지만)

- 회사에 필요한 시스템을 인간적으로 만들수 있게 됬다.

(프로그래머로 일할때는 컴퓨터에게 많은 절차를 줘도 상관없고 잡다한 것들을 다 시켜도 상관이 없었는데, 사람은 정말 중요하고 심플하게 일을 주지 않으면 하다 귀찮아서 안한다. 그리고 그걸 관리하는거 자체가 부담되는 일이된다.) 

 

 

3. 영업을 하지 않고 영업을 배운다.(???)

사업체를 운영할때 영업은 정말로 중요하다. 회사의 매출을 만드는 핵심구성원이다. 영업사원이 되어 회사의 매출을 올리고 더 나가서 사업의 핵심인 영업을 배우고 싶었지만 지원했던 회사들은 다 떨어졌었다.

 

다른 회사의 영업사원들이 오면 항상 관리자를 찾는다. 영업사원들이 와서 정말로 흥미롭고 회사에 필요한 제안이면 그 내용을 최종결정자에게 말하는데. 많은 영업사원들이 흥미로운 제안이 될 수 있는 아이템을 들고와서 흥미를 돋구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영업을 받는 고객의 입장에서 아쉬운 점들이 보이는 것이다. 심지어 기존 사용하고 있는 것 보다 더 좋은 오퍼를 할 수 있으면 흥미로울 수도 있는데. 다른 제품을 쓰고 있는 걸 보고 그냥 돌아가기도 할땐 좀 아쉽기도 하다.

적어도 윈윈이 되는 전략을 내밀면 최종결정권자까지 올라가게 된다.

(우리한테 혜택이 되는것 처럼 보이지 않으면 당연히 선택을 하지 않게 된다.)

 

한번은 소셜 커머스 회사가 신규 시장을 발굴하기 위해 이 나라에서 사업을 시작하려고 영업사원을 보냈다. 그 소셜 커머스를 사용하면 종속되게 될 수 있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큰 혜택을 제안 하지 않았고 최종결정권자에게 보고 되었지만 내가 설득해서 하지 않게 되었다. 윈윈이라고 보이기보단 이기적여 보이는 회사였다. 소셜커머스면 홍보의 영향력이 적어도 우리 회사 보다 커야 모든 회사가 가진 문제점인 홍보에서 도움이 될테지만 그러지도 않았고 자기네 회원이 물건을 사면 수수료를 줘야 한다는 내용이였다. 

 

어떤 제안은 듣자마자 사장님에게 꼭 전해야하는 제안도 있었다. (물론, 그분이 꼭 사장님에게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고 싶다고 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영업사원들이 인삿말을 건내고, 자기를 소개하고, 목적을 얘기하는 방법들을 중간관리자에 자리에서 지켜보고 배울 수 있는건 정말로 운이 좋은거 같다.

 

 

4. 2개국어 or More 를 쓰게 된다.

언어를 배우는걸 즐기고 재미있어 하는 사람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단점이 될 수 있다. 내가 있는 곳은 영어권이 아니기 때문에 영어를 못 하는 현지직원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편의점, 커피점, 병원 등등 현지어를 사용해야 한다. 즉, 3개국어를 사용해야 한다. 

피곤할때는 3개국어를 써야하는게 너무 힘들고 헷갈린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현지어를 사용하거나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때 재미있고 언어를 배울때의 고통이 보상이 되는 기분이 든다. 

 

 

 

단점과 장점은 함께 한다. 단점을 말하자면 하루종일 쉴세없이 몇일동안도 얘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이다.

하지만 그 중에 값진것도 있는것이다.

 

더 많은걸 배우고 싶다. 아직도 흥미로운 일이고 한국이었으면 100:1 정도는 될만한 일들이 해외에는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일들이 많다. 하지만 정말로 열악할지도 모르고, 외로울지도 모르고, 회의감이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보단 열악하지만 동남아에서 취업하는게 내가 원하는 경험을 빠르고 큰 경쟁 없이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는 수단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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